요즘 경제가 가장 좋은 나라, '나 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이죠.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시기를 계속 늦추는 건 물론이고 오히려 금리를 올려서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미국 경기가 뜨거운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정부가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돈을 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경제가 바로 이 미국의 재정적자 때문에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는데요.
임승창 해설위원과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미국의 나랏빚 대체 얼마나 늘었습니까?
[기자]
나랏빚 이자로만 1분에 27억 원씩 내고 있다는 말까지 들리거든요.
실제로 1분에 얼마씩 내진 않겠지만 계산해보면 틀리진 않습니다.
정부가 빚을 내려면 채권, 국채를 발행하죠.
미국 재무부가 밝힌 내용을 보면 최근 7개월 동안 이 국채에 지급된 이자가 6천2백억 달러가 넘어요.
우리 돈으로 따지면 850조 원을 넘습니다.
[앵커]
우리나라 올해 예산이 656조 원이니까, 이것보다 훨씬 많은 거네요.
미국 경제 규모가 우리보다 16배 정도 크니까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닌데, 사실 문제는 빚이 불어나는 속도죠?
[기자]
올해 미국 정부가 부담해야 할 이자가 8,700억 달러로 추산되거든요.
이대로 되면 처음으로 미국 국방예산보다 많아지는 겁니다.
문제는 앞으로인데 미 의회예산국 전망을 보니까 올해 미국 국가 부채 비율이 GDP의 99%, 내년엔 101.7%, 이렇게 빠르게 늘어서 2034년에는 116%까지 늘어날 거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앵커]
미국은 재정지출이 왜 이렇게 늘어납니까?
어디에 돈을 쓰고 있는 겁니까?
[기자]
일단 코로나19를 거치면서 1조 달러, 우리 돈으로 1,300조 원 정도 푼 거로 알려져 있고요.
또 국방비 많이 나가죠, 여기에 미국도 고령화가 진행 중이어서 노인연금, 의료보험 이런 사회보장에 지출이 계속 늘 수밖에 없거든요.
표가 걸려있으니까 주던 혜택을 줄이기는 거의 불가능하겠죠.
또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고금리로 나랏빚 이자 비용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앵커]
미국은 달러라는 강력한 기축통화를 갖고 있고, 경제가 워낙 좋으니까 감당할 수 있긴 할텐데, 부작용이 분명히 있겠죠?
[기자]
미국만 보면 말씀하신 대로 아직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에요.
그런데 미국이 물가 때문에 금리를 못 내리고 있잖아요.
문제는 바로 이 부분입니다.
물가를 효과적으로 낮추려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높이고, 정부도 지출을 함께 줄여야 하는데, 미국 정부가 줄이지 않고 있잖아요.
여기에 삼성전자나 TSMC에 보조금 줘가면서 생산시설 유치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까지 하고 있죠.
이런 정부 지출이 그동안 미국 경기를 더 밀어 올린 것도 분명히 있어요.
[앵커]
듣고 보니 미국이 경기도 좋은데 정부가 씀씀이까지 늘리면서 고물가 고금리가 그대로 유지되고, 결과적으로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전 세계로 수출하게 된 것 아닌가.
싶은데 어떤가요?
[기자]
그렇죠.
안 그래도 미국 국채같은 달러 자산은 인기가 많은데, 경기까지 좋고, 금리까지 높다 보니까 달러 자산을 더 많이 보유하려고 하겠죠.
당장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도 미국 주식시장 투자가 늘었잖아요.
그럼 달러화 찾는 사람이 많아지니까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겠죠.
그래서 지금 달러화 강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거고요.
그런데 달러화가 국제 상품거래에 많이 쓰이잖아요.
[앵커]
아!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면 다른 나라 통화 가치는 낮아지니까 물건값이 그대로여도 더 많은 돈을 내야 하겠네요?
[기자]
그렇죠.
대표적인 게 우리가 100% 수입하는 원유잖아요.
예를 들어서 원유가 1배럴에 1달러인데, 달러 가치가 높아져서 원달러 환율이 1달러에 천2백 원에서 천3백 원으로 오르면 우리는 원유 1배럴 사는데 그냥 앉아서 100원씩 더 내야 하는 거잖아요.
원유뿐만이 아니라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의 원자재가 달러로 거래되니까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전 세계 물가를 올리는, 그러니까 인플레이션을 수출하는 셈이 되는 거죠.
[앵커]
그럼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 빼고 다른 나라들은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요?
[기자]
우리나라만 봐도 물가 잡으려고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했죠.
국산 과일값 오르니까 수입 과일 관세 낮춰서 들여오죠.
결국 정부 세수가 줄어드는 거고요.
또 환율 방어하느라고 달러 쓰죠.
국내 경제 상황 보면 금리 낮춰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얘기 나오지만, 물가, 미국과의 금리차 고려하면 그러기도 쉽지 않죠.
그래서 IMF도 최근 미국을 비롯한 일부 선진국 경제는 호황을 누리지만, 다른 국가들은 성장이 정체되고, 특히 저소득 국가는 계속 뒤처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분석을 내놨거든요.
그러니까 양극화가 더 심해지는 걸 우려하고 있는 거죠.
[앵커]
앞서 설명해주신 걸 종합하면 미국 경제가 좋으니까 전 세계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대출을 해주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이게 부실 채권이 되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잖아요?
괜찮을까요?
[기자]
앞서 뉴욕 특파원 리포트에서 보셨지만, 미국 물가 상승세가 둔화됐어요.
이 얘기는 미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조금은 높아졌다는 거거든요.
그럼 미국 정부의 천문학적인 이자 부담은 좀 줄겠죠.
그런데 빚의 절대 액수는 좀 걱정입니다.
올해 미국 대선이 있잖아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규모 감세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고, 바이든 대통령도 법인세 인상, 부자 증세를 하겠다고는 했지만, 각종 보조금 지급 등 지출은 늘리겠다고 공언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누가 돼도 재정 적자가 줄긴 힘든 구조인 거죠.
[앵커]
아무리 미국이라고 해도 적자를 계속 늘릴 순 없을 텐데요?
[기자]
그래서 미국 정부가 적자를 관리하지 않으면, 전 세계 금융시장에 혼란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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